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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인근 살인사건  | 전시 내용 보기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근처의 노래방 화장실에서에서 한 남성이 불특정한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노래방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피의자가 "평소에 여성으로부터 무시를 당해 범행을 하기로 결심하였다"고 증언한 사실과, 여성만을 골라 살해하기 위해 범행 현장에서 피의자가 30분 정도를 기다린 사실이 알려지자 이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사건 현장과 가까운 강남역에 10번 출구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붙이는 추모 운동이 일어났다. 경찰이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이므로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이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인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였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강남역 살인 사건 발생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노래방 화장실에 대기하고 있던 김성민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주방용 식칼로 좌측 흉부를 4차례 찔러 살해했다. 체포된 직후 경찰 조사에서 김성민은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서초경찰서는 김씨 어머니를 통해 김씨가 2008년부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김씨 심리 분석을 진행하였다. 서초경찰서는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 중 조현병 유형이며 범행이 목적에 비해 체계적이지 않으며 피의자의 피해망상이 부른 범죄라고 지적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운동의 시작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피해자에 대한 추모 운동이 시작되었다. 사건 현장과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여성 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쪽지들이 붙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고 온오프라인에서 여성 혐오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해석하는 것을 비약이라고 하는 주장뿐만 아니라 추모 물결을 조소하는 의견 또한 등장하였다. 수백명의 추모객이 참여하여 강남역과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오가는 추모 행진이 열리기도 했으며 행사에는 일베저장소 회원이 나타나 추모객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

추모운동은 기존의 단체 중심의 운동에서 개인의 제안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및 실천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특징이 있다. 또한 경험의 자각과 공감을 통해 성폭력피해자들의 ‘자발적 말하기’가 이어졌으며,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개방된 공간에서 공명된 피해자들의 경험은 공감과 지지의 ‘여성연대’를 창출해 낸 정치적이고 혁명적인 ‘증언’이기도 하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의 추모 행동은 “오랜 여성혐오의 징후적 현상이자 페미니즘의 새로운 확장”으로 독해할 수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가 늘 걷던 거리라는 공간적 특수성, 불안과 공포의 체감과 체험의 공유를 통해 개인의 경험이 정치적인 것임을 깨달았다는 점, 지난 한국사회에서 심문 되지 못한 죽음이 책임과 이에 대한 상실감과 애도의 욕망을 내면화한 새로운 하위주체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기억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포스트잇은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자조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잠재적 피해자로서 겪는 두려움과 공포, 성차별적 구조의 변혁을 요구하는 “분노와 다짐” 등도 주요 내용이다. 2016년 봄 ‘강남역 10번 출구’를 관통했던 것은 “‘여자인 내 몸’ 곳곳에 새겨진 고통스러운 기억을 상기하는 장”이자 해석의 과정이며, “어쩌면 미래에 닥칠 나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과정”이다. 폭력에 저항하며 정치적 책임을 약속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책임으로 남겨졌다. 중요한 점은 여성들의 경험을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역사화하고 궁극적으로 역사를 새롭게 쓰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라는 즉발적인 감정을 촉발시켰다. 피해자 여성을 대신해 살아있다는 인식은 ‘우연히’ 살아남은 개인의 생애사를 반추하게 했으며, 포스트잇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대안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추모공간에 참여한 이들은 남성중심적이고 이성애중심적인 사회 속에 ‘평범한 20대 여성’이라는 규범적 생애서사가 모순적일 뿐 아니라 획득 불가능한 언설임을 깨닫고, 낯선 타자의 개별적 죽음이 아니라 성차별적 구조 속에 위치한 ‘여성됨’의 집합적 경험 및 삶의 조건과 연결시킨다. 지속되는 여성혐오와 성폭력 문화에 대한 인식은 추모의 장에서 접속한 타자들을 공통의 감각으로 연결하는 기제가 되며, 두려움과 공포, 슬픔과 좌절감, 부끄러움과 분노 등의 감정을 정치적 삶을 재구성하는 비판적 동력으로 작동시킨다. 결국, 추모행동의 참여자들은 특정 사건을 통한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연결됨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성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나아가고, 이를 통해 페미니스트로 정치화된 의식과 대항적 주체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