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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명칭의 변화

뉴스로 바라본 강남역 살인사건의 명칭 변화
2016년 5월, 강남역 근처 노래방 건물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가해자의 정신질환 병력과 생면부지의 상대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처음 언론에 등장했다. 언론보도와 SNS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한 여성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들어 추모의 공간을 형성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은 여성혐오 담론의 시발점이 되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든 여성들은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며 여성을 향한 한국사회의 일상화된 폭력에 공포와 분노를 표시 하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살인사건 보도의 최우선 정보원은 사건 을 다루는 경찰과 검찰이며 이들이 제공하는 보도자료가 사건을 재현하는 토대가 된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보도, 특히 사건의 내용을 알리는 사건중심 프레임의 기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정보원은 경찰과 검찰이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사건에 관한 경찰과 검찰 수사 발표, 가해자 현장검증, 정부의 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 발표가 나올 때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과  <한겨레>  언론사는 이를 지면에 보도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가해자의 행위재현과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016년 5월 23일과 7월 11일의 기사를 통해 경찰/검찰 발표에서 명시한 가해자 김씨의 정신질환적 질환을 상세히 인용해 보도한다.
"청소년기부터 혼자 앉았 다 서기를 반복하는 등 특이행동을 보였고 ... 2008년부터 1년 이상 씻기를 거부하는 증상 을 보이는 등 기본적인 자기관리 능력을 상실했다"(<조선>, 2016, 5, 23)
"누군가 나를 욕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을 반복하는 등 기이한 ... 총 19개월간 정신 병원 입원치료를 받았다"(<동아>, 2016, 5, 23)
가해자의 정신병력과 범행동기를 경/검찰 발표의 인용보도를 통해 보도한 <조선>과 <동아>는 또한 해당사건을 혐오범죄가 아닌 묻지마 살인으로 규정하는 경/검찰의 논리를 의심없이 받아들이며 재생산한다. 사건 인식은 기사 제목에서 드러나는데 <동아>의  5건의 기획기사 가운데 3건 기사의 제목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화장실 묻지마 살인"(2016, 5, 20), "강남역 화장실 살인"(2016, 5, 23), "강남 묻지마 살인"(2016, 5, 24)으로 호명했다.
<조선>과 <동아>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규정하며 경/검찰의 입장보도에 충실했다. 이들 언론은 사건의 원인을 남녀공용화장실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의 허술함에서 찾으며 여성혐오 논의의 사회적 확산을 경계했다.

여성혐오 범죄!
반면에 <경향>과 <한겨레>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인용 보도하는 한편 사건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경찰과 검찰 수사결과 의 신빙성을 비판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시민, 여성운동가/단체와 전문가의 입을 통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이며, 여성에 대한 일상적 폭력이 여성혐오의 주요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언론은 여성혐오의 해결을 위해서 성차별적인 문화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재생산했다.